"누가 이민자인가?"
2013년 처음 개봉한 더 퍼지 1편은 충격이었다.
영화의 주제는 정말 단순하고 간단했다.
"일 년에 단 하루,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숙청의 날."
스릴러와 공포 영화의 팬이라면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충격적인 반전이나 치밀한 스토리, 묵직한 개연성, 기억에 남는 캐릭터,
따위는 절대 없다.
영화가 끝났을 때,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저 생존하고자 하는 쪽이 아마 주인공이었던 것 같고,
살인, 방화, 강도 그 외 기타 등등의 단 하루 허용된 일탈을 즐기려던 쪽이 악역이었던 것 같다.
선과 악을 정확하게 확정 짓지 못할 만큼, 명분은 굉장했다.
단 하루 일탈을 허용한 결과, 남은 364일의 범죄율이 급감했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었다.
살아남고자 하는 쪽도 잘못을 저지르고, 일탈을 즐기는 쪽은 당연히 위법을 마구 행한다.
영화에 선과 악은 없고, 그저 자신의 영역을 위한 갈등만이 남는다.
1편 이후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주제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숙청의 날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두 세력의 갈등을 계속해서 그린다.
아쉬운 건 다른 시리즈들은 투자를 못 받았는지, 이야기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 카메라 워킹 등이 지저분하다.
1편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다른 시리즈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오늘 본 5편은 정말 괜찮았다.
갈등 역시 다른 시리즈보다 좀 더 흥미롭고 생각하게 만든다.
5편은 백인우월주의에 빠진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하루였던 퍼지가 아닌, 'Ever After' 영원히 계속되는 퍼지로 변화한다.
지금까지의 퍼지가 단순히 집안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확장에 집중했다면,
5편의 퍼지는 단 하루가 아닌, 끝이 나지 않는 시간의 확장에 집중했다.
갈등의 주제 역시 좀 더 세밀하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땅이다.
백인도 흑인도 멕시코인도 아르헨티나인도 미국에 사는 모든 이들은 이민자나 다름없다.
그 누구도 미국의 원주민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극단주의자들과 갈등을 가지고 싸우는 이들은
빈곤층의 적인 부르주아 백인이거나, 미국에 살아가는 수많은 이민자들이다.
학살과 도망, 죽음과 생존이 이어진다.
그저 개인과 개인 간의 원한이 아닌,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을 계속해서 주고받으면서
감독은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관객에게 던진다.
단순히 스릴과 공포만을 느끼는 영화가 아닌,
극단적인 흥미 속에 치밀한 생각을 담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별점은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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